[이상문 데스크칼럼] 우물쭈물하다가 후회하면 어쩌지? > 실시간

본문 바로가기


실시간
Home > 건강 > 실시간

[이상문 데스크칼럼] 우물쭈물하다가 후회하면 어쩌지?

페이지 정보

편집국장 이상문 작성일19-10-03 17:56

본문

↑↑ 편집국장 이상문일본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현은 우리가 잘 아는 아오리사과의 본산지다. 그 중에서도 작은 산간마을인 로카쇼무라 지방은 도시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시설물 하나가 들어서 있다. 바로 방사선 폐기물 처분장이다. 처분장이 들어선 후 산간 오지마을의 가장 큰 문제점인 이농현상과 고령화 문제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오리사과와 감자 등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판매량이 상당히 늘어 주민소득이 인근 지방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프랑스 노르망디 쉘부르의 인근 라망쉬는 해산물이 풍부해 주민들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도시에도 처분장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 시설물이 들어서고 난 후 로카쇼무라 지방과 같이 관광객이 더 늘었고 해산물 판매량도 늘어났다고 한다. 처분장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정서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다.

  두 지방의 처분장은 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이다. 이들 두 시설은 '천층 처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땅을 얕게 파고 폐기물을 묻는 방식이다. 지표면에서 약 10m 깊이로 파내려가 가로 10m, 세로 10m의 견고한 콘크리트 방을 만들고 거기에 폐기물을 담은 드럼을 쌓은 뒤 다시 콘크리트로 덮어 완전히 고정시킨다. 그리고 그 위에는 잔디를 심어 그곳이 처분장이라기보다는 아주 잘 조성된 공원처럼 보이게 해뒀다. 처분장은 이 분야 최고의 과학자들이 상주하면서 철저하게 관리된다. 안전성은 당연히 담보된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우리의 걱정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발전된 원자력 과학기술을 본다면 그렇게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울산온천은 우리나라 온천수 중 라돈함량이 가장 높은 온천이다. 울산온천의 라돈 농도는 약 480피코큐리(방사능 단위로 1조분의 1큐리)다. 그런데 울산온천의 온천수를 인근 고리원자력발전소 안으로 흘려보내면 즉각 방사선 감시기에 경보가 울리고 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한다. 물속에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1ℓ당 30피코큐리만 넘어도 방사성 폐기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안에는 액체 방사선 폐기물을 모으는 대형 탱크가 있어 발전소가 사용한 물 가운데 방사성 물질이 섞인 물을 모으고 여과장치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다. 여과장치에서 사용했던 필터와 찌꺼기는 드럼 속에 넣어 시멘트로 굳힌 후 폐기물처분장으로 보낸다. 발전소 안의 물질은 물뿐만 아니라 공기까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감시한다. 이처럼 우리의 원자력 과학 기술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최첨단으로 발전해 있다고 한다.

  월성원자력본부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증설 개시 한계시점인 11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월성원전의 2-4호기와 신월성 1-2호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건식저장시설인 조밀 건식저장모듈 7기(맥스터·16만800다발)의 증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시설이 2021년 11월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월성원전의 운전은 멈춰야 한다. 현장의 사정과 정상적인 건설 일정을 고려한다면 11월에 증설과 관련한 모든 결정이 나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과연 이 시설을 증설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어느 기사에서 증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두고 '시설이 잘 된 아파트를 지어놓고 화장실을 만들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한 것을 본적이 있다. 매우 기발한 비유였다.

  월성원전이 멈추면 경주시의 재정과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만 앞세운다면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2018년 기준 한수원이 경주지역에 지원한 금액이 지방세 427억원, 사업자지원사업 151억원, 경주지역 원전 관련업체 계약 117억원 등 총695여억원이니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안보를 생각해야 한다. 막상 포스트 원전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원전 가동 중단이라는 사태가 발생된다면 국가 전체에 미칠 영향은 기하학적인 규모가 될 것이 분명하다.

  월성본부는 1992년부터 28년간 안전하게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영구저장시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맥스터의 증설은 불가피하다. 이를 두고 시간을 끈다면 자해행위에 가깝다는 논리가 나오는 것도 지나치지 않다. 경주시와 산업부, 지역주민과 공론화위원들의 적극적인 합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아일랜드의 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적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어'를 되뇌이며 후회하기 전에 현명한 결론을 내야 한다.
편집국장 이상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